살면서 많이 허무한 순간이 언제냐하면
영원할 것 같았던 것들이 너무 허무하게 혹은 쉽게 사라질 때,
내가 마음을 주고 믿었던 것들(사람, 투자, 여러가지)이
쉽게 나를 떠나거나 버릴때....그런 것 같다.
다들 실연도 겪고, 상실감도 느끼며 상처입고 성장하지만 가끔 억울하고 안타까울 때가 있다.
여직원 'E' 와 사이가 안좋아진 이유
회사에서 같은부서 나보다 어린 여직원 'E' 와 처음 1년정도는 좋게 잘 지낸거 같다.
내가 입사하기 몇달전에 입사한 이 직원은 다른 여자들 처럼 뭐 기싸움이 있거나 여우같다던가 그런거 없이
진짜 일도 잘하고 착하고 털털한 직원이었다.
내가 처음 들어왔을때는 내가 나이나 직급이 높으니, 잘 따라주었고
둘다 너무 바빠 눈코뜰새 없어서 많이 의지도 하고 서로 불쌍히 여기며 잘 지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일들도 2년차부터 사이가 좀 멀어지게 되었다.
1. 상사의 무시
첫째, 위의 상사가 처음부터 나를 너무 싫어했고 대놓고 무능한 사람취급하며 무시했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는 아래와 같다.
1. 자기가 뽑고싶은 사람이 떨어지고 내가 뽑힘
2.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들어오면 금방 애낳고 육아휴직갈거라고 말했다고 함
3. 내가 한두번 네네 하다가 정말 아닌거같은 부분에서 이의제기함
남의 말을 안듣고 내 고집이 너무 센 스타일이라
내가 한두번 이건 아닌거같다 이런식으로 의견제기하니
나를 아주 찍어누르려 했고,
이 부서에 상사, 나, 직원E 셋인데 회의하면서 상사가 나에게 모욕을 주거나
화를내면서 자연스럽게 무능한 사람 낙인 + 의기소침 + 나역시 부정적 감정 표출 3박자가 되면서
일은 일대로 많고 나 역시 이 상사에 대한 분노로 좋게 말이 안나갔고, 어두운 표정, 억울함 답답함이 섞인 말투로 대응했고
그럴때마다 'E' 도 중간에서 많이 힘들어하고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그리고 또 내가 힘든 부분은 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쏟아지는데,
상사는 자기 모든일을 내게 주고 항상 자리에서 사라졌고
사무실 저편에는 가끔 수다의 장이 시작되면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다른 부서 여직원 두 명이 있었다.
2. 타부서 여직원들
다른 직원들은 다 직급이 어려서 주로 두 여직원이 많이 웃고 떠들었는데,
나는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야근 확정이었거니와 내가 뭐 한두마디 거든다 해도 잘 받아주지도 않기에
이어폰을 꼽고 집중했고, 그러다보니 누군가 나를 부르면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럼 'E' 가 대신 나를 불러줬고, 이게 한두번 두세번 반복되며 나도 'E' 에게 미안했다.
되도록 안하려다보니 아예 그럴때마다 다른 곳에가서 업무를 보면서 혼자 겉돌았다.
'E' 와 나의 업무가 각자 서로 다르다보니 우리부서는 별로 결속력도 없었고 우리 둘다 여자여자하거나
끼리끼리 뭉치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서서히 멀어졌고, 어느 순간 'E' 가 나를 너무 싫어한단 생각이 드는 몇가지 일들이 있었다.
여직원 'E' 가 인사를 안한다.
나도 잘한건 없지만, 아니 이렇게까지 나를 싫어하는 아니 엄밀히 없는 사람 취급할정도로 내가 뭘 잘못했나 싶을땐 억울하거나 화가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다같이 밥먹으러 가는데, 내가 가면 자긴 따로 먹겠다고 하거나 (한두번은 그러려니 했으나, 내가 안가거나 바빠서 뭐 시켜먹으면 또 다른 사람들과 가더라....하..)
아침에 오면 인사를 안하고 들어옴, 그러다 탕비실가서 다른 사람들 마주치면 또 반갑게 인사함
아무튼 그런 시간들이 1년 2년이 다되어가다 보니 처음엔 신경쓰이고, 그냥 아무일 없던듯이 잘 지내려고 했지만
어쨋건 부서에서 엄밀히 아래직급인데, 'E' 의 태도에 나도 자존심도 상하고 무신경하게됐다.
안타까운건, 이 아이를 인간적으로 참 내가 아낀 사람이었고,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랬다는 것이다.
'E' 가 내게 거리를 둔 이유가 뭘까...
그렇다면 그녀가 나를 이렇게까지 싫어하게 된 이유가 뭘까?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다.
INFJ인 나는 늘 자기성찰과 자기반성을 해야하고 원인을 알아야한다.
3. 그밖의 이유들
- 위에 말한 상사와의 불화로, 회의나 일상 업무중, 분위기가 안좋아지는 경우가 많았고, 나 역시 'E' 에게 이런 불만을 종종 토로했었음..
불만많고 욕하는 사람 이미지..가 생길수 있었을 것 같음 (욕 안하면 좋았겠지만, 'E' 역시 부장에 대해 왜저렇게까지 하시는지 모르겠다고 할정도 였고.. 이건 내가 어쩔수 없던 부분이다)
- 집중만 하면 불러재껴서 쓸데없는 이야기나 물어본거 또 물어보는 부장때메 이어폰 끼고 (흔히 MZ하듯) 일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그때 이 직원이 항상 나를 대신 불러야했던 경우가 있다, 이건 내가 피해끼친거 인정하고, 1년전부터는 그런일 없도록 하고 있다.
(이건 내 잘못 인정)
- 일이 너무 많아 다른사람들과 거의 일도 안하고 (위에서도 말했듯이 여직원들 딱히 대화에 나를 끼지도 않았음) 다른 회의실 가서 일하거나 했음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도 점점 더 어두워져갔다 (이건 내가 어쩔수 없던 부분이다)
- O라는 이 회사에 오래된 직원이 있는데, 이 여자가 업무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혜끼칠때가 많아 공공연히 좀.. 빌런 이미지가 있는데, 이 직원하고 언성 높일일이 있었는데 그럴때 'E' 의 자리가 가까우니 그런 불화를 시끄럽거나 힘들어한것으로 생각됨
(이건 정말 저 O라는 직원과 얽히지 않은사람은 모르는 괴로움 - 그러나 따로 회의실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거나 했으면 좋았을 일이다)
- 둘다 일이 너무 많다, 그리고 내가 2번 유산으로 휴가를 갔을때 이 직원이 업무를 도와준 적이 있다.
내가 거의 다 하려고 했지만 많이 도와주려고 했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 둘이 업무적으로 얽혀있다
나는 해외거래처 관련 모든 업무(송금빼고) / 'E' 는 해외거래처 관련 송금 업무 담당
그러다보니 종종 숫자적으로 내가 틀릴때가 있었는데, 아마 이 부분은 이 직원에겐 일을 두번해야하는 이유였을 수 있다.
(이건 내 잘못 인정, 앞으로 더 숫자적인 것 꼼꼼이 체크하고 반성..)
- 내 성격적 부분?
난 이 직원을 대할때, 그냥 언니, 리더 이런느낌 보다는 이 직원의견 많이 존중하려 노력했고, 우유부단한 면이 좀 있어서
의견을 묻다가도 아 싫으면 안해도 되요~ 이런식으로 내 딴에는 이 직원 의견 존중한다고 한거지만 리더쉽이나 강인한 느낌은 아니었던것 같다.
애초에 이게 잘못이었으려나 싶을때도 있었다.
윗사람이니 좀 더 강단있게, 아래직원처럼 대했어야하나 싶은..
나는 내 권리는 잘 챙기는 편이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도 야근하면 난 무조건 식대 챙겨먹는 편이었고 그런데, 이 직원은 그런거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야근해서 저녁시킬건데 뭐 먹을래요? 하면 100번은 거절하더라 자긴 괜찮다고 하고 잘 안먹었다.
근데 또 다른날 다른사람이 나 뭐 시킬거다 하면 아~ 뭐드실건데요 하면서 시킴
그럼 내 입장에선 완전히 무시받는 느낌.. 그리고 뭐 아무것도 권하거나 얽히고 싶지가 않다.
(이것 역시 내가 어쩔수 없는 부분이다)
-이 회사는 직급이 없는 회사라 서로 영어이름을 부른다.
업무적으로 내가 한두번 'E' 에게 이건 이렇게 해라, 라고 조금 강하게 말한적이 있다.
'E' 도 그럴때 자기 의견을 강하게 말하며 내 말을 되받아 친적이 있는데, 분명 부서의 아래직원이었으나
영어로 이름 말하고 그런 부분도 있고, 나도 성향이 막 아랫사람 강하게 잡는 성향은 아니라
그때 불쾌한 티를 처음으로 한번 냈다.
"메일 회신준거 내용보면 'E' 가 어떤 자료를 달라는게 분명하지 않잖아" 라고
그랬더니 자기도 그게 불쾌했나보다.
흠.. 자기딴에는 나를 본인과 동급이라고 생각한건지..이건 한번 이야기를 해서 정리를 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나도 이 회사에서 버티느라 너무 힘들었다는 거였다.
이 회사 들어오고 상사때문에 정신과도 다녔고,
사람들 텃새도 너무 심했고...
(그 와중에 'E' 는 모든 사람과 정말 잘 지냈고, 정말 모두가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도 평정을 유지하며 좋은 평판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우리 둘 사이가 개인적인 것보다 나빠졌다기 보다는
이 회사는 나랑 너무 안맞는 곳이었고, 그만두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탈출실패.....
나 역시 폐끼친 것도 많은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 전체적으로 정리를 해보니 고마운점도 미안한점도 그리고 이건 좀 아니다 싶은점도 있다.
내가 이 회사 들어와서 너무 힘들었기에 의도치 않았지만 나도 나만의 사투였다.
'E' 덕에 고마운 점이 많았고,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내가 업무적으로 이 사람에게 절대 피해주지 않도록 신경써야할 것이고,
업무적으로나 얽힌 부분에서 이 사람에게 확실히 이야기해야하는 것은 따로 불러서라도 이야기를 해야할 것이고,
어두운 모습 보이지 않고, 감정적이지 않게 어른스럽게 나도 잘 해나가야할 부분이다.
회사에서 왜 윗사람보다 아랫사람 대하는게 힘든지 많이 느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사람과 완전히 끝났다고 보며, 정말 딱 지켜야할 선만 지키고
유령처럼 서로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가피하게 회사 행사나 이런것때문에 부딛혀야한다면 그냥 유쾌하게 넘어가도록, 이건 내 역량이자 연륜이 영향을 미쳐야하는 부분이겠지..
정말 잘 풀어서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이젠 포기고, 업무만 문제없이 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내가 포기하는 것도 포기지만 'E' 는 이미 완전히 마음을 굳힌것 같다.
나도 그 부분에 있어서 미안한 점도 있지만, 또 굉장히 순간순간 화가날때도 많다.
또 직원들끼리 다같이 식사를 갈때도 내가 간다고 하면 이 직원이 빠지니,
모든 인간관계가 정말 한치 앞을 알 수 없고
내가 원하고 내가 노력한다고 해도 안되는 부분, 즉 환경적인 이유가 정말 크다는 걸 깊이 느꼈다.
이 시가 딱 그렇다.
김재식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과 모른 채
지나가게 되는 날이 오고,
한때는 비밀을 공유하던 가까운 친구가
전화 한 통 하지 않을 만큼 멀어지는 날이 오고,
또 한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던
사람과 웃으며 볼 수 있듯이 ....
시간이 지나면 이것 또한 아무것도 아니다.
변해버린 사람을 탓하지 않고,
떠나버린 사람을 붙잡지 말고,
그냥 그렇게 봄날이 가고 여름이 오듯
내가 의도적으로 멀리하지 않아도
스치고 지나갈 사람은 자연히 멀어지게 되고 ....
내가 아등바등 매달리지 않더라도 내 옆에 남을
사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옆에 남는다.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주고 아껴주지 않는 사람에게
내 시간 내 마음 다 쏟고 상처받으면서 다시
오지 않을 꽃 같은 시간을 힘들게 보낼 필요는 없다.
비바람 불어 흙탕물을 뒤집어쓴다고 꽃이 아니더냐 ?
다음에 내릴 비가 그 흙탕물을 씻어준다.
잊지 마라.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다 지나간다는 사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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