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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후 배불러

[마포구 빵집] 오늘의위로

by 포마드 2024.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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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예전에 교회에서 리더로 함께 했던 언니를 만났어.

그 언니는 결혼 후 한 3~4년 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작년 말쯤 갑자기 연락을 했었어.

그때 언니가 임신을 했고, 곧 아기를 낳는다고 했었지.

이후 다시 연락이 왔을 때는 이미 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는다고 했어. 아기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어.

몇 달 후에 다시 검사를 했는데 대장으로 전이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어.

원래는 난소 쪽에 암이 있었고,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많이 안심했었는데, 그 짧은 시간에 전이가 된 거야.

이제 막 아기가 태어나서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그래서 언니의 상태가 괜찮을 때 만나자고 했고, 지난주에 만나게 됐어.

언니는 머리가 많이 빠져서 짧게 남자처럼 슈퍼 숏컷으로 하고 나왔더라고.

항암 치료 때문에 그런 거였어.

전이된 암도 수술로 제거했고, 이제 다시 3개월이 지나서 이번 달 말에 또 병원에 가서 검사 결과를 본다고 하더라고.

솔직히 왜 언니가 암에 걸렸을까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언니가 어릴 때부터 아빠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온 가족이 아빠에게 꼼짝없이 잡혀 살았다고 하더라고.

공부 못 한다고 방에 들어와서 자살하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대.

언니는 평생 그렇게 눌려 살다가 결혼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기도 낳았는데, 지옥에서 천국으로 간 줄 알았던 그때 다시 이런 큰 시련이 닥친 거야.

언니는 이제서야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갑자기 암에 걸리면서 더 깊은 절망에 빠진 것 같다고 했어.

듣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암 진단을 받고 나서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너무 분하고 아빠 때문인 것 같아서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해. 아기를 낳아보니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에게 어떻게 그런 폭언을 하고 무시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어. 언니의 암 진단과 그 후의 전이, 수술 등을 듣고 나서 정말 믿기지 않았어. 언니가 잘 회복했으면 좋겠어. 아기도 이제 한 살인데 너무 예쁘고 엄마의 사랑을 한창 받아야 할 시기잖아.

언니는 암 진단을 받고 나서 내 생각이 났다고 하더라. 나도 엄마가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셔서 늘 엄마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언니에게 많이 했었거든. 그런데 이제 언니가 그 엄마의 입장이 된 거야.

아들을 남겨두고 자신이 가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어.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그걸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어.

둘 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지만, 원래 이 언니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사람이었거든.

그런데 그런 말과 표정을 보니 너무 가슴이 미어지더라.

언니는 나를 만나러 나오면서 예쁜 편지지에 편지를 써서 여러 선물을 준비해왔어. 너무 슬프고 속상한 밤이었지만, 슬픈 얘기만 할 수는 없어서 힘들었어. 언니가 얼마나 괴로울지, 얼마나 무서울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항암 치료를 하면서 식단 조절도 해야 해서, 언니는 커피나 케이크, 빵 같은 음식도 잘 못 는다구 하더라
그런데도 저한테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카페가 정말 맛있다고 꼭 가보라고..
 
'오늘의 위로'

 
그래서 언니에게 나중에 건강해지면 꼭 같이 가자고 했어
언니
꼭 같이가자

https://www.instagram.com/today_comfort/
 
 

드디어 다녀온 오늘의 위로


 

 

나는 얼그레이 무화가 케이크랑 말차 스콘을 사왔어.


둘 다 너무 달지 않은 딱 내가 좋아하는 적당한 원재료 그대로의 맛을 살린 순수하고 담백한 마셔서 너무 좋았어.

 

언젠가 꼬옥, 같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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